매년 해가 바뀌고 연초가 되면 뉴스와 신문 등에서 한국식 나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만 나이 도입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이에 댓글에서는 해당 내용에 대부분 공감하는 한편 우리나라는 이미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제도상으로는 초등학교 입학 나이, 신검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소모임 등 생활에서는 여전히 한국식 나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 맞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생활에서 왜 계속 한국식 나이를 사용하고 있고 이것을 없애기 어려운가 가 문제가 되는데, 나이에 따른 호칭 문화와 서열 문화가 원인들 중 하나이다.
1. 나이에 따른 호칭 문화
초면에 인사를 하고 나서 통성명을 하고 그다음에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나이를 물어본다. 상대방 나이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고 이 호칭을 정하기 위해서 이다.
만 나이를 사용하면 같은 해에도 나이가 계속 바뀌어서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동갑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나이를 정하는 한국식 나이를 사용하게 된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만 나이 정착을 위해 한국식 나이를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게 하더라도 호칭을 정하기 위하여 “몇 년생 이세요?”와 같은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한국식 나이를 확인할 것이다.
2. 나이에 따른 서열 문화
한국식 나이를 없애기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나일리지식 기수문화 혹은 유사 신분제라고도 불린다.
2008년까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를 만 나이를 기준으로 정하였는데 2008년 기준으로 예를 들면 1, 2월에 태어난 2002년생과 3~12월에 태어난 2001년생이 같은 학년으로 묶여 1, 2월생들이 빠른 생일 또는 빠른 연생으로 불리웠는데 이러한 기준이 ‘족보’가 꼬여서 불편하다고 하여 2009년부터 현재는 한국식 나이를 기준으로 입학 나이를 정하고 있다.
한국식 나이에 따라 서열을 정하는 문화 때문에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던 제도가 바뀐 예시인데 빠른 연생 문제 외에도 사회 곳곳에서 나이로 인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어린이집 아이도 새로운 아이를 만날 때 “몇 살이야?”부터 시작할 정도로 나이로 인한 갈등이 심한데 이러한 서열문화가 한국식 나이를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같은 나이여만 친구가 될 수 있게 하는 등 많은 문화적 낭비를 일으키고 있다.
3. 해결책
나이에 따른 호칭 문화와 서열 문화를 없앨 수 있다면 한국식 나이는 자연스럽게 사용 빈도가 줄어들 것이고 만 나이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와 같이 나이에 따라 호칭을 다르게 하는 대신 (이름)씨, (이름)님과 같이 이름을 부르는 문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하대하는 것과 같은 일방 하대, 일반 존대 대신 친한 정도에 따라 상호 존대 또는 상호 반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된다면 모임 등에서 나이를 물어볼 필요가 없게 되고, 나이를 말할 일이 있더라도 만 나이를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호칭, 서열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의 성인들은 젊어 보이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만 나이보다 최대 2살까지 더 많은 한국식 나이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4. 결론
오랫동안 자리 잡은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부동산 거래를 예로 들면 계약서에 집이나 땅의 면적을 국제 규격에 맞지 않는 평 대신 제곱미터로 표기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거래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평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느리지만 서서히 제곱미터가 정착되고 있다.
나이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르는 문화,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중하고 친해지면 서로 편하게 말하는 문화를 장려하고 정착되기 시작하면 한국식 나이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고 몇십 년 후에는 한국식 나이를 없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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